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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따 - 2021년 7월말 광화문여자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2021. 10. 15. 00:46
내 프로젝트는 7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 순서를 위해서 과거부터 빠르게 써 내려가겠다.
(와 근데 벌써 10월이라니 분발하자)
Chapter 1. 번따를 결심한 이유
2021년, 나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초중반이 되었다. 친구들 모두 여자 친구가 있고 심지어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생긴 친구들도 있다. 좋은 곳을 놀러 가고 싶은데 매번 고추들이랑 갈 수도 없고, 사실 그러기도 싫고ㅋㅋ 화창한 주말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좋은 곳에서 데이트하고 싶은데 여자가 없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 젠장 ㅠ 인스타에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친구, 정말 예쁘게 연애하는 친구들을 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점점 나이는 들고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고 멋진 날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조바심이 많이 나고 있던 상태였다.
나라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소개팅도 받아보고, 소개팅 어플을 결제하면서 여자들을 만나봤다. 일단 내가 왜 이 두 가지를 포기하고 번따를 결심했는지 적어보겠다.
소개팅
- 내가 눈은 정말 높은데 마음에 드는 이성을 소개받지 못한다. 소개팅은 딱 내 수준의 상대를 소개해준다는데 내가 딱 그 정도인가 보다.
- 주선자가 사진을 보여주면 맘에 안 들어도 거절하기가 너무너무 미안하다. 어느 날 주선자가 누구누구는 소개해주면 군말 없이 잘해서 자꾸 소개해주고 싶고, 누구누구는 너무 눈 높고 까다로워서 싫다는 얘기를 들으니 거절하기가 너무 미안하고 불편하다
- 맘에 안 드는데 만나서 시간 낭비, 에너비 소비, 돈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 그리고.. 외모는 본능적으로 끌리는 건데 이걸 낮춘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소개팅 어플
- 사진과 동일 인물이 나올 확률이 매우 낮다. 일명 프사기(프로필 사진 사기)가 너무 많다. 만나기 전 까진 '와 이상형 만났다 ㅋㅋㅋ 아 떨려 기대된다'라는 심정으로 카톡부터 엄청 신경 쓰는데 만나서 마스크 벗자마자 그동안의 상상이 박살 나는 기분을 아는가.
- 내 나이 때가 되니, 연하보다 연상한테 인기가 많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 연상을 만나고 싶진 않다)
- 어플 결제에 은근히 돈이 많이 들고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한 번은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지만 전 남자 친구 얘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눙물을 그렇게 흘리더니 전남친 정리가 안됐다면서 끝났다 ㅅㅂ)
- 남자들은 맘에 드는 이성과 매칭 되는 경우가 적다 보니 한번 매칭 되거나 새로운 이성이 소개되면 계속해서 목메게 되고 어플 자체에 계속 끌려다니게 된다. 뭔가 안 좋게 중독되는 기분이고 끌려다니는 기분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지인이나 어플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내가 끌리는 이성을 직접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정말 확실한 방법이 아닌가? 주선자한테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내가 직접 고르니 마음에 들 확률도 정말 높다!
그게 바로 길거리 번따다.
하지만 ㅋㅋㅋ 번따는 정말 장벽이 높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바로 강남으로 나가서 누가 봐도 예쁘고 몸매 죽이는 여자한테 가서 말 걸고 번호 물어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7월 말 나는 광화문으로 혼자 출격했다
Chapter 2. 길거리 출격!!
나는 드디어 출격을 결심했다. 유튜브와 인터넷에 '번호 따기'를 미친 듯이 검색해 관련 영상과 인터넷 글들을 마구잡이로 보았다. 혼자서 출격하려니 마음이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외국 영상, 한국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 쉬워 보였다. 그리고 인터넷 후기들도 하루에 100번씩 시도했다는 글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꾸안꾸로 차려입고, 한여름이지만 선크림 대신 비비를 처바르고 거울을 보면서 '그래 이 정도면 나름 괜찮고 20대 후반 같네 훗' 자아도취에 빠진 상태로 출격했다. 막상 지하철을 타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첫 멘트는 뭐로 하지?' '이런 멘트는 구린가?' '아 준비한 멘트 버벅거리면 어떡하지?'라는 잡생각들로 머리가 미어터지고 있었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11시쯔음이 된 것 같다. 내려서 교보타워로 걸어가는데 또다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벌써 너무 떨리고 긴장이 돼서 말도 안 하고 있는데, 말문이 막힌 기분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할머니한테 길도 못 물을 지경이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커피를 사서 걸어가고 있는 40대 여성과 20대 후반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저..저기요 여기 교보타워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해요?'
쫄아있는 나는 당연히 40대 여성분에게 말을 걸었고 ㅋㅋ 40대 여성분은 길을 알려주었고, 옆에 있는 20대 여성은 코앞에 있는 건물을 왜 물어봐? 라는 표정으로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긴장은 안 풀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7월 말의 한국의 날씨는 정말 무더위다. 나는 4시간 동안 교보타워 앞과 디타워 사이를 배회했다. 예쁘고 괜찮은 여성분들을 꽤 봤지만 단 한 명도 못 물어봤다. 병신같이 뒤만 졸졸 수백 미터 따라가다가 '아 택시 탔네' , '아 건물 들어갔네', '아 친구 만났네', '아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네' 라는 온갖 변명거리만 만들고 포기했다. 무더위에 힘들고 찌들고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정말 병신 같아 못 참을 지경이었다ㅠㅠ. 이대로 돌아가면 패잔병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교보문고에서 나오는 여자에게 무작정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번호 좀 알려주세요'
여자는 눈만 껌뻑 껌뻑 거렸다. 순간 일본 사람인가 싶어서
'외국분이에요?' 라고 말하니 여자가 웃었다.
그리고 번호를 받았다!!!!
와 진짜 너무 감격스러웠다 ㅠㅠ 이 기세에 나는 30분 동안 4명한테 더 물어봤고 2명의 여성에게 번호를 받았다.
두 번째 여성은 온갖 핑계로 거절했는데 내가 설득해서 번호를 받아서 더 뿌듯했다. 미리 준비한 명함도 건네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필했다.
세 번째 여성은 솔직히 맘에 안 들었지만 기세에 힘입어 편하게 물어봤다.
'저기 너무 제스타일이라서 그런데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양갈래 머리 예쁘세요 ㅎㅎ' 라고 하니 위아래로 날 훑더니
'저 나이 많아요'
-'저도 많아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알고 보니 나보다 1살 많았다. 어쨌든 이 분 번호도 받았다.
Chapter 3. 후기
첫날 나의 승률은 좋았다. 3명의 여성분에게 번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기는 처참하다.
1번 여자 - 26살 대학생. 용기 낸 게 멋있고 외국인이냐고 물은게 재밌어서 줬다고 한다. 하지만 딱 그뿐이고 만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당시, 나도 26살은 너무 어리고 대학생이라서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톡은 금방 끝났다.
2번 여자 - 필라테스 강사였다. 25살로 엄청 어렸다. 인천분이었고 카톡 조금 하다가 끊겼다. 내가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3번 여자 - 솔직히 내가 별로 관심 없어서 그 다음날에 카톡했다. 누구세요? 라고 답장이 왔고 바로 읽씹당했다.
그 날 이후 나는 주말에 시간될때마다 출격했다. 일주일 주기로 나가니까 접근 공포증(Approach Anxiety)이 초기화되서 첫 몇주는 정말 ㅋㅋㅋㅋㅋㅋ 첫 날처럼 4,5시간씩 한번도 못 물어보다가 ㅋㅋㅋㅋ 패잔병이 되기 싫어서 마지막 30분, 1시간에 몇명만 물어보기도 했다. 다 까인 날도 있고 한명만 성공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10월초까지 홀로 출격을 했다. 처음엔 강남은 무서워서 못나갔는데 나중에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서 강남도 출격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20명이 넘는 여성 번호를 받았고, 그 중에 4명을 만난 것 같다. 20명 중에는 번호를 따놓고 연락을 안한 경우도 많다. 번따와 어플에서 연결된 여성들과 다중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던 것도 있고, 카톡 프사를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4명 중 첫 번째 여자는 동갑에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였고, 두 번째 여자는 누가봐도 몸매 개쩌는 28살 근처 동네에 사는 필라테스 강사녀였고 첫 데이트 후 집까지 데려 왔었다. 이 썰은 나중에 풀도록 하겠다. 1명은 27살 피부 좋고 목소리 좋은 골반미녀였고, 나머지 1명은 26살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여자가 있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모두 다 잘 안됐다.
동갑이고 날씬한 몸매 소유자
- 이 친구는 나를 정말 좋아했다. 나는 이 친구를 사귈만큼 좋아하거나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몸매가 너무 좋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서 3,4번 만나게 되었다. 내 집에 2번 정도 와서 정말 미친듯한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얼마 뒤 고백을 받았지만 나는 그 고백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은 그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몸매개쩌는 필라테스녀
- 번따 당시 몸에 딱붙는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보면서 '와 ㅅㅂ 몸매 개쩐다 넘사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저런 여자 만날려면 까이더라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00미터 정도 따라가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패잔병되기 직전에 길막해서 번호 물었다. 생각보다 쉽게 번호를 받아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이 여자는 첫 데이트 후에 우리집에 오게 된다.
골반 미녀
- 강남에서 앞 모습은 그냥 괜찮은데 청바지 입은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말 걸어서 번호 겟. 나중에 만났는데 와 진짜 끊임없이 자기말만 주구장창함. 이거 보면서 나도 예전에 저랬었겠구나 라고 반성함. 곱창을 먹었는데 그 분이 계산함; 보통 여자분들이 맘에 안들면 자기가 낸다던데 진짜 그게 맞았음; 개이득;; 며칠 연락해도 자기 얘기만하고 나한텐 관심없는거 같고, 사실 나도 그닥이라 연락 안함. 그래도 한번은 더 만나보자라는 생각에 연락해서 뜬금포로 심쿵 멘트 날림. 다음날 미안하다 그만하자고 연락옴;
여성스러운 여자
- 옷은 진짜 여성스럽게 잘 입음. 약속 장소 가는 길에 내 앞에 가는 여자 뒷모습/스타일이 너무 예뻐서 번호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분이었음; 그리고 카톡 출력도 좋았음; 날짜 정하고 레스토랑 정하는데 적극적으로 같이 알아보겠다고해서 그 분이 고른 레스토랑 감. 계산 시에도 많이 나왔다고 더치하자고 함. 근데 실물은 별로 였음... 카페에서 손잡고 집갈때 어깨 동무까지함. 그 날 같이 있자고 말하려다가 말 못함. 그리고 그 날 이후 카톡 끊김
여기까지가 현재 나의 상황이다. 2달 반 동안 주말마다 번따하면서 만난 여성은 4명이다. 어떻게 보면 좀 적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좀 더 어프로치 횟수를 늘릴 생각이다. 후 갈길이 아직 먼 것 같다.
다음 편 글은 번따하면서 느낌점을 적으려고 한다. 번따하면서 느낀점이 진짜 많다. 남자는 진짜 무조건 번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득이 되는게 너무 많다. 자기 관리 측면이나, 사회성 그리고 그 동안 내가 알아 차리지 못했던 단점들을 알게 되어 고치는 중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진짜 올라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쓰도록 하겠다.
오늘은 늦어서 이만 줄인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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